한국타이어 '비상경영'…신사업·M&A 올스톱, 타이어에 집중

입력 2020-01-19 18:19   수정 2020-01-31 18:57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이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새로운 사업 추진과 공격적 인수합병(M&A)을 전면 중단한다. 주력사업인 타이어 제조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조직개편도 했다. 조양래 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은 “살아남기 위해서는 당분간 보수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분간 보수적으로 경영”

19일 타이어업계에 따르면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신사업 관련 부서를 축소했다. 대신 타이어 제조 및 판매 관련 부서에 힘을 실었다.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그룹명과 동일)에 있던 M&A 담당부서(성장전략실)는 전략혁신실에 편입됐다. 최대 계열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에서는 마케팅 부문과 기획 부문이 합쳐졌다. 회사 관계자는 “타이어 사업에 집중하기로 결정하면서 M&A 담당부서는 필요가 없어졌다”며 “타이어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기획과 마케팅 부문을 합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임원 인사도 함께 단행했다. 차량용 배터리를 제조하는 계열사인 한국아트라스BX의 배호열 대표 등 일부 임원은 회사를 떠났다. 외부 영입 인사인 서호성 한국타이어 미주지역본부장(전무)은 기획 및 마케팅 총괄담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현대자동차그룹 출신이다. 지주회사에서는 40대 여성 임원(고보미 상무보·1978년생)도 탄생했다.

조현범 구속에 신사업 추진력 잃어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조직 개편 및 인사는 조 부회장이 진두지휘했다. 조 부회장은 최근 그룹 임원회의에서 “회사가 위기상황에 빠졌다”며 “당분간 비상경영 체제로 운영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그룹 핵심 사업인 타이어제조 부문의 수익성이 심각하게 떨어졌고, 이를 회복하지 못하면 그룹 전체가 흔들린다”며 “앞으로 2~3년 동안 M&A는 타이어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에서만 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진행하고 있는 M&A는 그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조 부회장은 타이어 부문 연구개발(R&D)에 집중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라고 주문했다.

조 부회장은 지난 2일 발표한 신년사에서도 “무엇보다 메인 비즈니스 영역에서의 혁신이 최우선으로 선행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그룹은 핵심사업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분야의 투자와 M&A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조 부회장은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에 대해서도 더욱 적극적으로 기회 탐색을 강화하자”고 했다.

조 부회장 동생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이 지난해 11월 배임 및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된 점도 그룹의 경영 방침 전환에 영향을 준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평소 조 부회장은 타이어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조 사장은 기존에 하지 않던 사업 분야에 적극 진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내부에서는 ‘우리의 미래가 미쉐린(타이어 전문기업)이냐, 콘티넨탈(종합 부품기업)이냐’를 놓고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 사장이 당분간 경영에 적극 관여하기 힘든 상황이 되면서 그룹 내 신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잃었다”고 전했다.

한온시스템 인수 포기할까

한국타이어의 경영 실적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2016년엔 영업이익이 1조1032억원에 달했지만 2018년 7027억원으로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5000억원대로 주저앉은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넥센타이어 등 후발업체와 미쉐린 등 글로벌 업체 사이에 낀 신세가 됐다. 넥센타이어는 꾸준히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는 고급화 전략에 따라 해외 브랜드 사용 비율을 높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자동차 부품회사인 한온시스템(옛 한라공조) 인수를 포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타이어와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는 한온시스템 지분을 각각 19.5%, 50.5% 보유하고 있다. 한앤컴퍼니가 한온시스템 지분을 매각할 때 한국타이어는 우선매수청구권이나 동반매각참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권리는 내년 6월까지 유효하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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